9월 9일 거창의료봉사 후기
대한약침학회에 입사하기 위해 대한약침학회 홈페이지에 걸려있던 여러 링크들을 따라 정보를 수집하면서 약이침이 봉사활동을 알게 되었다. 체험 사진마다 활짝 웃는 표정, 그 속에 왠지 모를 따뜻함과 함께 진지함이 느껴졌다. 입사하게 되면 나도 저 곳에서 저들과 웃을 수 있을까? 막연한 기대와 설렘을 느끼면 사진을 한장씩 넘겨보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드디어! 9월 9일 거창 의료 봉사활동에 참가하게 되었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접한 그림은 이미 일찍부터 와 계신 어르신들. 그리고 배정된 나의 임무는 문진표를 작성하는 것. 과거 병력이나 현재 복용하는 약이 있으신지 한 분 한 분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고혈압은 있으신지 당뇨병은 없으신지.. 현재 복용하시는 약은 어떤 것이 있는지.. 나는 그저 종이에 적혀있는 한마디를 여쭈었을 뿐인데, 성심성의 것 세세하게 대답해주시던 어르신들에게서 진심이 느껴졌다. 문진표 작성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맙다며 잡아주신 손은 정말 따뜻했고 부드러웠다. 치료를 받고 와서 어떤 치료를 받으셨는지도 아이처럼 말씀해주시고, 약도 보여주시고, 침이 아팠다며 칭얼대는 모습까지 너무 따뜻하고 감사했다.
그리고 봉사에 참여하신 한의사 원장님들과 스텝들의 따뜻하고 활기 넘치는 소리들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진료는 어떻게 진행될까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여 대기자가 없을 때 몰래 몰래 들어가 보곤 했는데, 다들 자신의 자리에서 밝고 환한 미소로 봉사에 임하고 있었다. 그 어떤 병원보다 친절했고 그 어떤 직원들보다 활기찼다. 다시 한 번 느꼈다. 아, 다들 나와 같은 느낌이구나. 역시 봉사는 내가 주는 것보다 얻어가는 게 더 많은 일이로구나.
특별한 하루를 지내며 뿌듯하고 보람도 있었지만 사실 한켠으론 내내 마음이 아팠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픈 데는 없으실까. 어떤 약을 드시고 계실까. 전화를 드린게 언제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조용히 나가 전화를 드렸다.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목소리였다. 그렇게 드리게 된 전화 한 통 덕분에 몇 주가 지난 지금도 친구, 친척분들께 자랑하는 착하고 고마운 손녀딸이 되었다.
여유도 없고 ‘내’가 점점 커져가는 세상에 ‘우리’라는 단어를 더 많이 새길 수 있는 좋은 시간 이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항상 함께 하고 싶다.
그나저나, 내일 태풍이 온다는데 어르신들 논, 밭에 아무런 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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