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0일. 한의학을 배우게 된 뒤로 지난 여름 몽골에서의 경험에 이어 저의 의료봉사는 이번이 세 번째가 되었습니다. 아침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동선이 그려진 그림을 봐두고 학회 분들의 자세한 설명을 들어서 의료봉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상상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만, 환자분들을 만날 생각에 언제나처럼 긴장이 되었습니다. 진료소 한복판에 차려진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약침액들을 주사기에 직접 하나하나 채워넣고 있으려니, 여기가 어디이고 무엇을 하게 되는지 비로소 실감이 났습니다.

삼랑진은 제가 다니고 있는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로 들어갈 때 무궁화호 기차에서 내리기 직전에 매번 지나치는 역입니다. 평소엔 목적지로 가는 중간 지점 정도로만 느끼고 있었던 그 마을에서, 제가 비록 작으나마 무엇인가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즐겁기도 했습니다. 오전엔 친절하신 학회 한규철 선생님, 그리고 늘 밝고 상냥한 제 동기 박유경 양과 베드 관리를 맡았습니다. 그 덕에, 각 과에서 오신 환자분 모두를 골고루 만나뵐 수 있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울리는 타이머를 조작하는 것도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침이 닿기만 해도 겁이 나 눈을 질끈 감으시는 할머니의 손을 잡아 드리는 일 그리고 온몸이 다 쑤시고 아프다고 하시는 할아버지께 “걱정 마세요, 다 나으시면 되죠.”라고 말씀드리는 일들이 다 저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 건강해진 느낌이랄까요 ^^ 오후에는 영상의학과 박형선 선생님 곁에서 진료보조를 했습니다. 알레르기, 염증성 질환에는 해독하는 약침 그리고 근골격계 통증에는 어혈을 푸는 약침을 쓰시는구나... 하며 어깨너머로 보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분들은 더욱 늘어나고, 곳곳에서 의사 선생님을 찾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열정적으로 진료 보시던 선생님 모습이 무척 기억에 많이 남네요. 이곳의 진료는 뜸과 부항을 쓰지 않는 것이 특징적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기존에 사혈을 하고 부항을 쓰는 방법은 비록 효과적이라고 하더라도 관리상 어려움이 많다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진료실 풍경은 농촌 일일 의료봉사라는 (어찌보면 제약된) 조건 속에서 좋은 모델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뜸의 연기라든지 피묻은 부항을 소독하는 문제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으니까요. 대개 약침을 먼저 시술한 후 일반 침을 놓고 10여 분간 있었는데 둘 중에 어느 침의 작용이 환자의 증상을 치료하는 데 더욱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침의 효과는 사람마다, 그리고 병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기 마련이겠지만 강대인 선생님 말씀처럼 호주나 일본보다 한국 약침이 여러모로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거기에는 침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한의사의 기술력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진료소에 함께하신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고, 저희가 봉사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학회 및 농협 관계자분들 고맙습니다. ^^ 그리고, 저희와 만나고 가신 환자분들이 항상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