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봉사활동이었습니다. 신입생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 학교생활을 하던 도중 약이침이 봉사활동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할 거라면 전공에 관련된 봉사활동이 더 유익하고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같은 과 동기인 언니와 함께 5월 20일 군산 의료봉사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을 해서 진료실을 죽 둘러보았는데, 무료진료라고 해도 허술한 점이 하나도 없이 깔끔한 한의원을 연상시켰고 약제실 앞에서 환자분들께 드릴 간식거리나 티슈 등에도 정성이 가득 담겨 있는 게 보였습니다.

 한약학이라는 전공을 반영해주셨는지 저는 약제실에 배치가 되었습니다. 1학년이라 한약에 대해서 아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메일로 온 의료봉사 계획서에 나와 있는 약제와 그 약제에 대한 설명에 대해서 한번 쭉 써보았었는데요, 제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큰 도움은 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대신 약제실에 있던 많은 종류의 약제들을 하루 종일 보고있다보니 그 이름만은 다 기억하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많이 처방되었던 오적산이라는 약제가 궁금해서 이후에 책을 찾아보았는데 신경통이나 류머티즘에 주로 처방되는 약제라고 해서 왜 그렇게 많이 처방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봉사를 하면서 약제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게 되었지만,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환자를 대하는 의료인이란 어떤 자세를 갖춰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오전 진료 시작 전에 "내가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것처럼, 모든 존재들이 정신적이거나 육체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라는 구절을 크게 제창했었는데요, 감동적인 구절이었고, 또 제가 진짜 의료봉사를 하는구나 하고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진료가 시작되고 인상깊었던 점은 한의사 선생님들께서 약제실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약을 처방해주시면서 설명해주시는 모습에서 신뢰감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들었던 한약사선배의 강의에서, 아는 것이 많을수록 그 말에 신뢰감이 더해진다고 말하셨던 게 기억났습니다. 아직 자신감도 부족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서투른 제 모습을 보니 앞으로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의사 선생님들은 한 분 한 분 친절하게 약을 챙겨드려서, 오후에는 지쳐서 게을리 했던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저에게는 100번째 환자분이지만 환자분들께서는 저를 처음 보시는 거니까 항상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특히 제가 약제실에서 근무하다보니 약사란 단지 약을 파는 것 뿐 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의 믿음과 신뢰감이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약제실 앞에 앉아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약을 드리면서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것은 정말 재미있고 뿌듯한 경험이었습니다. 저를 약제실에 배치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봉사가 다 끝난 후 저녁식사 때에 부단장 선생님께서 부족했던 점이 있었으면 말해보라고 하셨었는데, 제가 아직 잘 몰라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부족해 보이는 점은 잘 찾아볼 수 없었고요, 제가 환자로서(?) 방문하고 싶어지는 봉사현장이었습니다. 일주일 전에 있었던 광주 봉사를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 갔었는데요, 정말 후회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많이많이 참여하고 싶습니다. 이 날 200명이 넘는 환자분이 오셨으니 다음에 갈 때에는 300명의 환자분을 맞는다는 생각으로 체력을 꽉 채워서 가겠습니다. ^-^